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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입(逆入)
    月刊/하루 2026. 5. 2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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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업무와 일상에 깊숙하게 다가왔다.

    작은 일에도 AI에게 물어보며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니 뇌가 쪼그라들며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AI 없이는 아무것도 내 스스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 단단한 심지가 필요했다. AI가 없어도 올바른 질문을 하고 올바른 사고를 할 줄 알아야 끝까지 살아 남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 안 쓰던 뇌를 쓰고 싶었다.

    그 방법으로 "서예" 혹은 "바둑"이라는 아날로그 취미 생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해보려고 했는데 시간대가 안맞았다. 바둑을 알려주는 곳이 많이 없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시간이 생겼고, 가까운 동사무소에서 "서예" 강좌가 오픈되어서 바로 등록했다.

     

    일주일에 1번 2시간동안 가서 배운다.

    지금까지 총 3번의 수업을 갔는데, 가로획만 계속 긋는다. 

    그냥 긋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순서가 있다. .

     

    시작은 역입(逆入)이다. 획을 시작할 때, 붓 끝이 나아갈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붓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붓털을 모아주고 획의 시작 부분을 단단하고 뭉툭하게 만들어 글씨에 힘이 실리게 한다.

    그 다음은 중봉(中鋒), 붓을 획의 한가운데로 지나가게 한다. 붓털이 항상 획의 중앙에 위치하게 하여 획에 입체감이 생기고 생동감 있는 선을 만들어 준다.

    마지막은 회봉(回鋒), 획을 다 긋고 마무리할 때, 나아가던 붓을 멈추고 붓끝을 살짝 되돌려 거둔다. 이렇게 하면 붓끝이 다시 보아져서 다음 획으로 자연스럽고 탄력있게 이어갈 수 있다.

     

    가로획 " 一 "자를 "역입-중봉-회봉"을 생각하면 긋다보면, 생각이 없어지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 시간만큼은 휴대폰도 안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집중이다. 

     

    그리고 내 인생도 다시 돌아보게됐다.

     

    요즘 나는 이직준비를 하고 있다.

    계속 팔리는 사람이 되고자, 더 나은 환경과 브랜딩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 

    최근 서류에 연달아 떨어지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나는 실력대비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이 연봉을 받을 만한 실력이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항상 하며, 모래성 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무너질텐데, 나는 다시 그 성을 쌓을 수 있을지 의심한다.

    그 의심의 원인은 내 스스로가 단단하지 않아서 오는 불안감이였다.

    지금 내 상태는 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만 생각하고 있었다.

    붓을 단단하고 몽톡하게 모아서 나아가야되는데, 붓의 상태는 보지도 않고 그냥 긋고 있는 상태였다.

     

    나아갈 방향을 반대반향으로 잠깐 돌아가 붓털을 모으고 단단하고 뭉툭하게 만들어 힘을 실리게하는 "역입"의 과정이 필요했다.

    역입의 과정이 있어야 그 다음이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는, 도피처 "게임"을 삭제했다.

    남은 육아휴직 기간을 "역입"의 과정으로 채워나갈 생각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환경에서 즐겁고 재미있게 잘 일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고 부족한 역량을 스터디할 것이다.

     

    서예를 배우러 갔다가 인생을 배웠다.

    먹냄새가 향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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